스마트글라스 몰래촬영 처벌, 성폭력처벌법 14조로 안 걸리는 경우

2026-08-02

By: 임철한 기자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2026년 7월, 자사 스마트글라스(안경처럼 쓰고 다니면서 카메라와 스피커가 내장된 웨어러블 기기)로 몰래 촬영한 영상을 올린 계정을 잇달아 정지시켰다. 팔로워 100만 명이 넘는 픽업 아티스트 계정 두 곳이 대상이었고, 인스타그램 총괄 아담 모세리가 직접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악용하는 영상은 즉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런 기기를 두고 “pervert glasses(변태 안경)”라는 조롱 섞인 표현까지 나왔다. 이 논란을 한국법으로 옮겨 보면 이야기가 간단하지 않다. 스마트글라스로 상대를 몰래 촬영했다고 해서 곧바로 성범죄로 처벌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라스 몰카 논란, 성폭력처벌법 제14조로는 왜 애매한가

메타는 스마트글라스 전면에 촬영 중임을 알리는 LED를 달아 두었다. 문제는 이 LED를 손가락이나 테이프로 가려 촬영 사실을 숨기는 방법이 퍼지면서 불거졌다. 메타는 2026년 7월 LED가 가려진 게 감지되면 카메라 자체를 꺼버리는 업데이트를 내놓았지만, 이미 퍼진 몰카 영상과 그 촬영자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그대로 남았다.

한국에서 몰래 촬영을 처벌하는 대표 조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흔히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불리는 규정이다. 조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4조 제1항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문에서 핵심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라는 요건이다. 카메라로 찍었다고 다 걸리는 게 아니라 촬영 대상이 이 요건을 충족하는 신체 부위나 장면이어야 한다.

그런데 스마트글라스로 문제가 된 영상 상당수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장면, 즉 얼굴과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상 대화 영상이었다. 노출된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것도 아니고 특정 부위를 확대해 찍은 것도 아니라면 이 요건 자체가 채워지지 않아 14조로 다루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법원도 촬영물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촬영 부위, 촬영 각도, 촬영 방식, 촬영 당시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단순히 얼굴이나 상반신만 찍힌 영상만으로는 이 요건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 편이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안 되면 적용되는 법 6가지

14조 요건을 못 채운다고 해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음 법률들이 대신 적용될 수 있다.

상황 적용 법률 형량
동의 없이 촬영당함(민사)민법 제750조, 제751조(초상권 침해)손해배상, 위자료
비하적 내용과 함께 게시정보통신망법 제70조(명예훼손)3~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5천만원 이하 벌금
욕설, 경멸 표현만 게시형법 제311조(모욕)1년 이하 징역,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반복적으로 따라다니며 촬영스토킹처벌법 제18조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한두 차례 지켜보거나 따라다님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매장, 사무실 등에 들어가 촬영형법 제319조(건조물침입)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소란으로 영업 방해형법 제314조(업무방해)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가장 먼저 짚을 건 초상권이다. 초상권은 자신의 얼굴이나 특정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당하거나 공표당하지 않을 권리로,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와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에 근거를 둔다. 성적 수치심 요건과 무관하게 동의 없이 촬영하고 공개했다는 사실만으로 민사상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스토킹처벌법경범죄처벌법의 경계는 반복성과 불안감의 정도에서 갈린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접근 시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해 상대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스토킹처벌법 제18조가 적용된다.

반면 반복성이 뚜렷하지 않은 일회성 지켜보기나 따라다님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지속적 괴롭힘) 수준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카페나 매장처럼 관리자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 촬영을 이어갔다면 형법 제319조 건조물침입이, 그 과정에서 다른 손님이나 직원 업무에 지장을 줬다면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까지 함께 검토된다.

실제로 어떤 조항이 적용될지는 촬영 경위와 정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몰카 처벌 수위를 정리한 사례별 기준을 함께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촬영은 넘어가도 게시하면 달라지는 처벌 수위

같은 영상이라도 촬영에서 끝났는지, 온라인에 게시됐는지에 따라 법적 위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하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한다.

촬영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그 의사에 반해 유포했다면 이 조항이 적용된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거워진다. 상습범은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된다.

게시물에 조롱하는 자막이나 비하하는 설명을 붙였다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명예훼손이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없는 사실을 지어내 적었다면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까지 올라간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그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합의 여부가 형사 절차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

촬영자 입장에서 보면 촬영, 게시, 확산이라는 각 단계마다 책임이 쌓이는 구조다. 촬영 단계에서 초상권 침해로 민사 책임을 지고, 게시 단계에서 명예훼손이나 반포죄로 형사 책임이 더해지며, 여기에 플랫폼의 자체 제재로 계정이 영구 정지되는 불이익까지 따라온다. 민사와 형사 책임은 독립적으로 판단되므로 형사처벌을 피했다고 손해배상 책임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피해자가 지금 할 수 있는 대응 절차

PROCEDURE
몰래촬영 피해자 대응 — 절차 흐름
1
증거 확보 – 게시물 URL과 화면 캡처, 원본 영상 다운로드, 목격자 확인
2
플랫폼 신고 – 인스타그램 등 자체 신고 기능으로 계정, 게시물 정지 요청
3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 – 02-735-8994(24시간 무료), 삭제지원 신청
고소장 접수 – 관할 경찰서 또는 ECRM 신고, 필요 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병행

가장 먼저 할 일은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에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URL과 작성 날짜, 계정명이 함께 보이도록 화면을 캡처하고 원본 영상을 다운로드해 둔다. 그다음 인스타그램 등 해당 플랫폼의 신고 기능을 이용해 게시물 삭제와 계정 제재를 요청한다.

플랫폼 신고만으로 부족하다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d4u.stop.or.kr, 02-735-8994)에 상담을 신청하면 삭제 대상 URL과 키워드를 파악해 플랫폼별로 삭제를 요청해 주고, 응하지 않는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삭제, 차단을 요청한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 정보에 한해 매일 전자심의를 열어 24시간 이내에 시정요구 여부를 결정하며, 온라인 신고는 통합민원신고홈페이지에서 접수할 수 있다.

형사 고소는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직접 방문하거나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으로 온라인 접수가 가능하며, 위급한 상황에서는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연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스마트글라스로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찍힌 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배경에 순간적으로 찍힌 정도라면 고의나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의사를 인정받기 어려워 처벌 가능성이 낮다. 다만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따라다니며 반복 촬영했거나 게시까지 이어졌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Q2) 얼굴만 나온 영상도 초상권 침해가 되나요?

된다. 신체 노출 여부와 관계없이 얼굴이나 걸음걸이처럼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이 동의 없이 촬영, 공표됐다면 초상권 침해로 민사상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성폭력처벌법 14조의 성적 수치심 요건과는 별개의 기준이다.

Q3) 인스타그램처럼 해외 플랫폼에 올라간 영상도 한국법으로 처벌할 수 있나요?

촬영자와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촬영, 유포 행위가 국내에서 이뤄졌다면 플랫폼이 해외 기업이어도 한국 형법이 적용된다. 다만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정보 확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Q4) LED를 가리고 몰래 찍으면 형량이 더 무거워지나요?

LED를 가리는 행위 자체를 별도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촬영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정황은 촬영자의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Q5) 촬영자가 누군지 모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신원을 모르더라도 먼저 증거를 확보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나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수사기관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접속 기록과 계정 정보 제공을 요청해 신원을 특정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직접 추적하는 건 또 다른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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