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수사 사건의 결론은 경찰관이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접근 전부터 범의가 있었는지, 유인이 그 의사를 단순히 드러나게 했는지 새로 만들어 냈는지, 그리고 문제 된 범행이 어디까지인지가 핵심입니다.
함정수사 위법 판례에서 먼저 정리할 법적 쟁점
함정수사에서 말하는 범의는 범죄를 실행하려는 내심의 의사입니다. 수사기관이 이미 범죄를 하려는 사람에게 거래 상대방이나 실행 기회를 마련했다면 기회제공형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원래 아무런 실행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 집요한 설득이나 압박으로 결심하게 했다면 범의유발형이 문제됩니다.
기회제공형은 범행의 단서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방법으로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허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범의유발형은 국가가 사술이나 계략으로 범죄를 만들어 낸 것이므로 위법하고,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때 공소기각은 범죄가 없었다고 판단하는 무죄와 다릅니다. 법원은 범죄의 실체를 끝까지 심리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한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라는 이유로 절차를 종결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공소기각 판결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법한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를 이 규정과 연결해 판단해 왔습니다.
성립 요건과 판단 기준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쉽게 한 경우와, 본래 범의가 없는 사람에게 범의를 유발한 경우를 구별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잠복, 신분 위장, 매수 제안만으로 곧바로 위법성이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은 판단 요소를 구체화했습니다.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 처벌 전력,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서로 떼지 않고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이 유인자를 지시하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범행 방법이나 자금을 마련하거나, 체포를 위해 역할을 나누었다면 국가의 개입 정도가 커졌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수사기관과 무관한 개인이 자신의 사적인 동기로 범행을 부탁한 경우에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하지 않았고, 개인이 단순히 범행을 부탁한 사정만으로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에서는 “몇 번이나 거절했는가”만 강조해서는 부족합니다. 최초 제안 이전에 피의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제안을 받은 뒤 스스로 범행 방법을 찾았는지, 유인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압박이나 경제적 유혹을 사용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야 합니다.
절차 진행과 준비 자료
함정수사 주장을 준비할 때는 사건을 수사기관의 접근 전, 접근 과정, 범행 실행, 체포 이후로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 시점에 누가 무엇을 제안했는지, 피의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수사기관 또는 정보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객관적 자료와 함께 배열해야 합니다.
메신저 대화는 화면 캡처만 보관하지 말고 대화 원본과 앞뒤 문맥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통화녹음은 편집본보다 원본 파일을 보존하고, 파일의 작성 시점과 상대방, 대화가 이어진 순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의 경위서를 작성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금전 제공이나 범행 준비가 있었다면 계좌 거래내역, 송금 요청, 만남 장소와 시간에 관한 대화, 교통 또는 출입 기록을 함께 묶어야 합니다. 영상자료가 있다면 원본 보존 여부와 촬영 장비, 저장 경로를 기록해 나중에 자료가 변형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나 정보원과의 연결은 직접적인 지시가 드러나는 자료만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인자가 체포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범행 자금이나 방법이 어디서 마련됐는지, 보고와 보상 또는 사건 처리 과정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도 관련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기소된 경우에는 공소장에 적힌 범행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고 행위별로 나누어야 합니다. 같은 현장이나 같은 수사 과정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수사기관의 개입으로 새로 발생한 행위와 그 전부터 계속된 행위는 함정수사 위법성의 영향을 각각 따져야 합니다.
분쟁 대응에서 유의할 부분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7도16810 판결은 게임장 수사에서 이 구분을 분명히 했습니다. 경찰관의 적극적인 환전 요구로 범의가 생긴 환전 행위에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인정될 수 있지만, 피고인이 이미 하고 있던 다른 사행행위까지 같은 이유로 공소기각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례가 주는 실무적 의미는 공소기각의 범위가 자동으로 전체 사건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의 유인이 없었더라도 피고인이 이미 실행하고 있던 행위라면 별도의 범죄로 계속 심리될 수 있으므로, 유인된 행위와 기존 행위를 정확히 분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이 범행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행에 필요한 자금이나 방법을 제공하고,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려운 사정을 이용했다면 단순한 기회 제공이라는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인자의 행동을 하나씩 분해해 국가기관의 관여와 개인의 독자적 행동을 구분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원래 범죄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과나 과거의 의심만으로 현재 범행의 사전 범의를 바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범죄와의 구체적 관련성 및 범행 준비 정황이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피의자신문이나 법정 진술에서는 결과적으로 범행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처음부터 범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구별해 설명해야 합니다. 다만 사실과 다른 진술을 맞추기보다 실제 대화와 행동을 시간순으로 제시하고, 각 자료가 어떤 쟁점을 뒷받침하는지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범행을 제안하면 모두 위법한가요?
그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 기회를 제공한 것인지, 본래 범의가 없는 사람에게 사술이나 압박으로 범의를 만들어 냈는지가 핵심입니다. 유인의 방법과 수사기관의 관여 정도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Q2) 범행을 부탁한 사람이 경찰관이 아니면 함정수사가 아닌가요?
경찰관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수사기관의 정보원인지, 사전에 지시나 협의를 받았는지, 범행 자금과 체포 계획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수사기관과 무관한 개인의 독자적 부탁이라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3) 함정수사가 인정되면 사건 전체가 끝나나요?
위법한 유인으로 범의가 생긴 범행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른 공소기각이 문제됩니다. 그러나 같은 수사 과정에서 이미 진행 중이던 별도 범행이나 독립된 공소사실까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공소사실을 행위별로 나누어 각 범행의 발생 시점과 수사기관의 개입을 따져야 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