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소재 – 운전자와 제조사 책임 구분

2026-09-28

By: 임철한 기자

자율주행 모드였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자 책임이 사라지거나 제조사 책임이 자동으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사고 당시 자동차를 지배하고 운행한 주체, 운전자의 조작과 주의, 시스템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나누어 살펴봐야 합니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소재에서 먼저 정리할 법적 쟁점

가장 먼저 구분할 개념은 ‘운전자’와 ‘운행자’입니다. 운전자는 실제 조종이나 운전 업무를 맡은 사람이고, 운행자는 자동차를 자기 이익을 위해 운행하면서 운행을 지배하는 책임 주체를 의미합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합니다. 따라서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차 보유자나 운행자의 책임이 먼저 없어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피해자가 차량 밖의 보행자이거나 다른 차량의 탑승자라면 법에서 정한 면책 사유가 쟁점이 됩니다. 운행자와 운전자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 또는 운행자와 운전자 외 제3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는 점,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점을 모두 살펴야 합니다.

여기서 제조사 책임은 운행자 책임과 별개의 축입니다. 사고 차량에 시스템의 설계, 제조 또는 표시상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이 사고와 손해를 일으켰다면 제조물책임을 검토하게 됩니다.

보험금 지급과 최종 부담 주체도 구분해야 합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의2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회사등이 피해자에게 보험금등을 지급한 경우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청구를 할지는 보험계약, 사고 유형, 손해의 범위, 결함 자료와 과실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험사가 먼저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제조사의 책임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며, 제조사에 대한 구상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와 최종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의미도 다릅니다.

성립 요건과 판단 기준

제조사 책임을 판단할 때 ‘차량이 고장 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조물책임법은 통상 기대되는 안전성이 부족한 상태를 결함으로 보고, 제조상 결함, 설계상 결함, 표시상 결함을 구분합니다.

제조상 결함은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만들어져 안전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같은 차종이나 같은 시스템에서 특정 부품 또는 소프트웨어가 제작 과정에서 잘못 구현됐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설계상 결함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택했다면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아 안전하지 않게 된 경우입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에서는 센서 인식, 제어 로직, 위험 상황 대응, 운전자에게 제공되는 경고 방식 등이 사실관계에 따라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표시상 결함은 사용 방법이나 위험, 비상 상황에서의 대응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경고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경우를 말합니다. 차량 설명서, 계기판 경고, 기능 사용 조건, 운전자에게 전달된 안내가 실제 운행 상황과 일치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운전자 쪽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을 언제 켰는지, 기능이 허용된 환경이었는지, 경고나 전환 요청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필요한 조작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다만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고 원인을 운전자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도 운전자가 기능 사용 조건을 벗어나 운행했거나, 위험을 인식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운전자 또는 운행자 측 과실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판단은 차량의 기능 수준과 사고 당시 실제 화면, 경고, 조작 기록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사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시스템 오류가 있었더라도 그 오류가 충돌을 일으킨 원인이 아니거나, 이미 발생한 손해를 확대하지 않았다면 제조사 책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임 주체를 가르는 판단 기준
law-sense.com
01
사고 당시 자동차를 지배한 주체
02
운전자의 조작과 주의 의무
03
자율주행 시스템의 결함 여부
04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절차 진행과 준비 자료

사고 직후에는 책임 공방보다 피해자의 안전과 증거 보존을 우선해야 합니다. 현장 사진과 영상, 차량 위치, 신호 상태,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가능한 범위에서 남기고 보험회사와 수사기관에 사고 사실을 알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차량을 바로 수리하거나 기록장치를 초기화하면 원인 확인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의 내용은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이므로, 제작자등은 기록장치를 부착해야 하고 사고를 인지한 보험회사등은 사고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하며, 보유자는 기록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보관하고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보관기간은 1년의 범위에서 정해집니다.

법은 제작자등에게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이 기록을 수집하고 분석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나 운행자는 조사에 필요한 자료가 보존되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회사등은 사고를 통보받거나 인지하면 사고조사위원회에 사고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합니다. 보험 접수 과정에서는 단순한 접수번호뿐 아니라 사고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 작동 여부와 기록 확보 요청이 남도록 의사 표시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무상 함께 확보할 자료는 블랙박스 원본, 차량 정비와 수리 내역, 제조사 안내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내역, 보험사와 주고받은 메시지, 경찰 사고자료, 진단서와 치료비 자료입니다. 원본 파일은 별도로 보관하고 편집본은 설명용으로만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고조사위원회가 수집한 정보는 사고 발생일부터 3년간 보관됩니다. 이 보관기간이 민사상 권리행사 기간이나 소송 제기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료 보관과 법률상 청구기간 판단을 하나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제조사에 자료를 요청할 때는 막연히 사고 원인을 묻기보다 사고 당시 자율주행 기능의 작동 상태, 경고 발생 여부, 센서와 제어장치의 오류 여부, 사고 전후 기록의 보존 여부를 나누어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답변이 거부되거나 일부만 제공되면 그 과정 자체도 분쟁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분쟁 대응에서 유의할 부분

사고 책임은 차량 이름이나 판매 문구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같은 차량이라도 자율주행 기능의 작동 범위, 도로와 날씨, 차량 속도, 운전자의 개입, 시스템 경고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실제로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과 운전자에게 아무런 주의의무가 없었다는 점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반대로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었다는 점과 운전자의 과실이 증명됐다는 점도 같지 않으므로, 추상적인 책임론보다 기록상 행동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조사와 다툴 때는 “자율주행 기능이 사고를 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능이 정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는지, 결함이 사고 당시 존재했는지, 그 결함이 충돌과 손해를 일으켰는지를 단계별로 연결해야 합니다.

차량 자체의 손상과 차량으로 인해 발생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 손해는 법적으로 다르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 자체에만 발생한 손해를 제외하고 생명, 신체 또는 다른 재산에 대한 손해를 대상으로 하므로 청구 항목을 구분해야 합니다.

피해자 측의 행동이나 다른 차량의 운전행위가 사고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나오면, 이는 책임의 존부와 손해 범위를 함께 다투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주장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운행자나 제조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보상안에 합의하기 전에는 사고 원인에 관한 표현을 주의해야 합니다. 조기 합의서에 운전자 과실이나 차량 결함이 없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되면 이후 제조사에 대한 청구나 추가 손해 주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책임 주체를 하나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피해자에 대한 운행자 책임, 운전자 개인의 행위, 제조물 결함에 따른 제조사 책임을 각각 나누어 검토하는 것입니다. 세 책임이 한 사고에서 동시에 문제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자료와 청구 원인을 분리해 정리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무조건 책임이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운행자나 운전자의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운전자의 조작, 경고에 대한 대응, 기능 사용 조건 준수 여부를 사고 기록과 함께 판단합니다. 시스템 결함이 인정되면 제조사 책임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2) 피해자는 제조사에 바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제조물의 결함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면 제조물책임에 따른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차 사고에서는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등을 지급한 뒤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하는 구조도 함께 작동합니다. 따라서 실제 청구 상대방과 청구 방식은 보험 처리 여부와 사고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Q3) 사고 후 가장 먼저 보존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가요?

블랙박스 원본과 차량에 저장된 자율주행 관련 기록을 우선 보존해야 합니다. 차량을 초기화하거나 수리하면서 기록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고, 정비 내역과 제조사 안내, 보험 접수 자료도 함께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상 보유자는 자율주행정보 기록을 정해진 기간 동안 보관하고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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