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일시에 받으면 얼마나 세금을 내야 할까? 30년 동안 쌓아온 퇴직금 3억 원을 앞에 두고 세금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많다.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을 때, 즉 ‘퇴직금을 깨면’ 어떤 세금이 얼마나 나가는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퇴직금을 깨면 세금이 부과되는 대상은
퇴직할 때 받는 돈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니다. 퇴직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세금 계산을 할 수 있다. 소득세법 제22조에 따르면 퇴직소득이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용자 부담으로 받는 소득을 말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법정퇴직급여다. 1주 평균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1년 이상 계속 근무한 근로자가 퇴직하면 사용자는 반드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정년 전 퇴직자에게 주는 명예퇴직금도 포함된다. 최근 늘어나는 경영성과급을 DC형 퇴직연금 계좌에 이체받은 경우, 퇴직 시 이를 찾을 때도 퇴직소득세 대상이다.
2012년 이전에 DC계좌에 근로자가 추가로 납입하며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았던 금액과 그 운용수익 역시 과세 대상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결국 퇴직과 관련해 받는 대부분의 돈에는 세금이 붙는다고 보면 된다.
퇴직금 깨면 세금 계산은 이렇게
퇴직소득세는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류과세한다. 왜 그럴까? 퇴직금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소득인데, 이걸 퇴직하는 해에 한꺼번에 받았다고 그해 종합소득에 합산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직소득은 따로 떼어 계산한다.
퇴직소득세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퇴직급여 금액 ▲계속근로기간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이 많을수록,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세금 부담이 커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근속연수 계산 방법이다. 보통은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를 근속연수로 보지만, 중간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중간정산 다음 날부터 퇴직일까지만 근속연수로 인정된다.
실제 세금은 얼마나 나올까?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근로자가 2024년 퇴직한다고 가정했을 때, 퇴직금 규모와 근속연수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퇴직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서 계산하면 된다.
퇴직금 규모별 실제 세금 부담액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보자. 퇴직금 1억 원을 받는 경우와 3억 원을 받는 경우 세금 차이는 얼마나 될까? 근속연수가 20년, 25년, 30년일 때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표로 정리하면 이해가 빠르다.
| 퇴직금 | 근속 20년 | 근속 25년 | 근속 30년 |
|---|---|---|---|
| 1억 원 | 약 250만 원 | 약 180만 원 | 약 140만 원 |
| 2억 원 | 약 850만 원 | 약 680만 원 | 약 570만 원 |
| 3억 원 | 약 1,800만 원 | 약 1,500만 원 | 약 1,300만 원 |
같은 퇴직금이라도 근속연수가 길면 세금이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다. 3억 원을 받더라도 20년 근속은 1,800만 원, 30년 근속은 1,300만 원으로 500만 원 차이가 난다. 이는 장기근속에 대한 세제상 혜택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회사는 퇴직금 지급 시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뗀 후 실수령액만 통장에 들어오는 셈이다. 생각보다 적게 받았다고 느껴진다면 세금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세금에 미치는 영향
과거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간정산을 하는 순간 그 전까지의 근속기간은 리셋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30년 근속했지만 15년 차에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실제 퇴직 시 근속연수는 15년으로만 계산된다.
이렇게 되면 같은 퇴직금을 받아도 세금이 더 많이 나간다. 30년 근속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15년 근속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중간정산의 달콤함 뒤에 숨은 세금 부담을 꼭 기억해야 한다.
중간정산 이후의 근속기간만 인정받는다는 규정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105조에 명시되어 있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 등 불가피한 사유로 중간정산을 고려한다면, 나중에 퇴직할 때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한다.
퇴직금을 깨지 않고 연금으로 받으면
그렇다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연금으로 받으면 어떻게 될까? 연금으로 받으면 세제 혜택이 추가로 주어진다. 퇴직소득세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 기간에 따라 감면율이 달라진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 10년 이상 연금 수령 시 – 퇴직소득세의 30% 감면
- 11년 이상 연금 수령 시 – 퇴직소득세의 40% 감면
- 연금 외 수령 시 – 감면 없음, 전액 과세
3억 원 퇴직금에 30년 근속으로 세금이 1,300만 원 나온다면, 10년 연금으로 받으면 390만 원을 감면받아 910만 원만 내면 된다. 11년 이상 받으면 520만 원 감면으로 78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차이가 상당하다.
물론 연금으로 받으면 매년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종합소득 합산 시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세 부담을 조절할 여지가 생긴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연금 수령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주 묻는 질문
퇴직금 깨면 세금 외에 다른 불이익은 없나
세금 외에도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그해 소득으로 잡혀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또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이나 실업크레딧 같은 제도 활용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퇴직소득세 계산이 잘못된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
회사가 원천징수한 세액이 의심스럽다면 국세청 홈택스에서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다. 근속연수나 퇴직금액이 잘못 기재됐다면 회사에 정정을 요청하고, 이미 납부한 세금이 과다하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다.
명예퇴직금도 똑같이 세금을 내나
명예퇴직금도 퇴직소득에 포함돼 같은 방식으로 과세된다. 다만 법정퇴직금과 합산해서 총 퇴직금액이 커지므로 세율 구간이 높아질 수 있다. 명예퇴직금이 크다면 퇴직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금 수령을 통해 세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