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판례

2026-02-01

By: 임철한 기자

계약을 체결한 후 중요한 사실을 착각했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 있을까? 민법은 착오가 있는 경우 일정 요건 하에 계약 취소를 인정하지만, 실무에서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적용된다. 이번 글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와 관련된 핵심 판례들을 살펴보고, 실제로 어떤 경우에 취소가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의 기본 요건

민법 제109조는 법률행위의 내용 중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모든 착오가 취소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는 취소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란 표의자가 그 사정을 알았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일반인도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부분을 의미한다. 단순히 동기의 착오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판단 착오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착오 계약 판례에 따르면 중대한 과실 여부는 거래 관행, 계약 내용, 당사자의 지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표의자가 통상의 주의를 기울였다면 착오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경우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

동기의 착오와 취소 가능성

착오 계약 판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동기의 착오다. 동기의 착오란 의사표시를 하게 된 동기나 원인에 착오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매수했으나 실제로는 하락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판례는 원칙적으로 동기의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가 아니므로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법률행위 내용으로 되었거나, 상대방이 그 동기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가 가능하다.

동기 착오 판례를 보면 동기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는 별다른 요건 없이 취소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의 기망이나 부실한 정보 제공으로 인해 착오가 발생했다면 취소권 행사가 더욱 용이해진다.

착오취소와 하자담보책임의 관계

매매계약에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두 가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나는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이고, 다른 하나는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 청구다. 그렇다면 이 두 제도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은 이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판례는 착오 취소 제도와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취지가 서로 다르고 요건과 효과도 구별되므로, 매수인은 하자담보책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매수인의 권리 보호를 강화한 판결로 평가된다. 하자담보책임은 단기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지만, 착오취소는 상대적으로 긴 취소권 행사 기간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착오취소를 주장하려면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분 착오취소 하자담보책임
법적 근거 민법 제109조 민법 제580조
주요 요건 내용의 중요부분 착오, 중대한 과실 없을 것 목적물의 하자, 과실 없이 알지 못했을 것
효과 계약 취소 – 원상회복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
기간 제한 취소권 행사 기간 6개월 내 행사(제척기간)

후원계약과 착오 취소의 특수성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로 후원계약에서 착오 취소가 문제된 사건이 있다. 대법원 2024. 8. 1. 선고 판결은 후원계약의 특성을 고려하여 착오 취소 여부를 판단했다.

후원계약은 무상성과 자발성을 본질로 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후원자가 후원 대상이나 용도에 대해 착오가 있었다면 이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후원금이 특정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믿고 후원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경우 착오취소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후원자가 후원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취소가 제한된다. 후원 단체의 홈페이지나 안내문에 명확히 기재된 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후원한 경우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착오 계약 취소 시 실무상 유의사항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몇 가지 실무상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착오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계약 당시의 대화 내용, 계약서, 광고 자료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행사해야 하며,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따라서 착오를 발견했다면 신속하게 취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취소 의사표시는 내용증명우편으로 하는 것이 입증에 유리하다.

착오 계약 판례를 보면 취소 후 원상회복 의무도 중요하다. 취소권을 행사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므로, 쌍방은 받은 것을 반환해야 한다. ▲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 금전의 경우 받은 날부터의 이자 반환 등이 필요하다.

    • 착오 사실을 입증할 증거 자료를 사전에 확보할 것
    • 중대한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할 준비를 할 것
    • 취소 의사표시는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할 것
    • 제척기간 내에 신속하게 권리를 행사할 것
    • 원상회복 의무 이행 준비를 동시에 할 것

자주 묻는 질문

부동산 매매에서 시세를 잘못 알고 계약한 경우 착오취소가 가능한가?

단순히 시세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판단 착오는 원칙적으로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매도인이 시세에 대해 허위 정보를 제공하여 매수인이 이를 신뢰하고 계약한 경우라면 동기의 착오가 표시되어 법률행위 내용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취소가 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매수인이 통상적인 시세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착오취소와 사기취소는 어떻게 다른가?

착오취소는 표의자 스스로 착각하여 의사표시를 한 경우이고, 사기취소는 상대방의 고의적인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진 경우다. 사기취소는 상대방의 고의적 기망이 있어야 하므로 입증이 어렵지만, 인정되면 선의의 제3자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반면 착오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취소권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약 체결 후 몇 년이 지났는데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나?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추인할 수 있는 날이란 착오 사실을 안 날을 의미한다. 따라서 계약 후 수년이 지나 착오 사실을 알았더라도 그때부터 3년 내에는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절대적으로 취소권이 소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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