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없이 수년을 함께 살다 헤어졌을 때, 그동안 같이 모은 재산을 그냥 두고 나와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혼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단,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하고 해소일로부터 2년이라는 제한이 있어 타이밍이 결정적이다.
사실혼에도 재산분할 청구권이 있는 이유
민법에는 사실혼 재산분할을 직접 규정한 조문이 없다. 그런데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한 이유는 대법원 판례가 법률혼 이혼에 적용되는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를 사실혼 관계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제도이므로, 법적 신고 여부보다 실질적인 부부공동생활이 있었느냐가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실혼 인정 여부는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을 함께 따진다. 당사자 쌍방에 혼인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동거·생계 공유·주변의 부부 인식 등 사회 관념상 부부공동생활로 볼 수 있는 실체가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귀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실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재산분할 청구가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사실혼 재산분할이 인정되는 핵심 전제는 양측이 모두 살아 있는 상태에서 관계가 끝난 경우다. 합의로 헤어지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든 상관없이 청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위자료(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와 달리, 재산분할은 사실혼 파기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이 있더라도 함께 만든 재산에 대한 권리까지 박탈되지는 않는다.
반면 한쪽이 사망해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는 다르다. 대법원 판례는 일방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 생존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속권도 없다. 헌법재판소도 2024년 3월 결정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24. 3. 28. 선고 2020헌바494). 입법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현재 법 체계에서는 이 구분이 명확하다.
| 구분 | 생존 중 해소 | 일방 사망으로 해소 |
|---|---|---|
| 재산분할 청구 | 가능 (민법 제839조의2 유추적용) | 불가 (판례) |
| 상속권 | 해당 없음 | 인정 안 됨 (헌재 합헌 결정) |
| 위자료 청구 | 파기 책임 없는 쪽만 가능 | 손해배상으로 별도 검토 |
| 청구 기한 | 해소일로부터 2년 이내 | 해당 없음 |
분할 대상 재산 범위와 기여도 산정
재산분할의 대상은 사실혼 기간 중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하거나 유지한 재산이다. 분할 기준 시점은 사실혼이 해소된 날이다. 한쪽 명의로만 등기된 부동산이라도 함께 마련한 것이라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분할 비율은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 법원은 혼인 기간, 경제적 기여, 가사·육아에 쏟은 노력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가사와 육아를 맡은 경우에도 재산 형성에 실질적 기여가 있다고 보아 50% 내외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돈을 더 많이 번 쪽이 무조건 유리하지 않다.
- 분할 대상 – 사실혼 기간 내 공동 형성 부동산, 예금, 퇴직금 등
- 분할 제외 – 혼인 전부터 보유한 재산,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
- 기여도 판단 – 경제적 기여와 가사·육아 기여를 함께 고려
가정법원 심판 청구 절차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에 따라 재산분할심판은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다. 상대방의 주소지 또는 마지막 공동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청구서를 낸다.
청구서에는 청구인·상대방 인적사항, 청구취지(금전 지급·현물 분할·경매 분할 등 원하는 방식), 청구원인(사실혼 관계 성립 시점과 재산 형성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술)을 담아야 한다. 상대방의 재산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는 법원에 재산명시(법원이 상대방에게 모든 재산 목록을 제출하도록 명령하는 절차)를 신청해 재산 내역을 강제로 드러낼 수 있다.
가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심판 전에 조정을 먼저 시도한다. 조정이 성립하면 심판 없이 종결되고, 불성립하면 본안 심판으로 넘어간다. ▲ 소송 중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심판 청구와 동시에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또는 예금 가압류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2년 제척기간, 법원 밖 주장으로는 부족하다
재산분할청구권에는 제척기간(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하는 기한)이 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을 유추 적용해, 사실혼 해소일로부터 2년 이내에 반드시 가정법원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 내용증명 발송이나 구두 요구는 이 제척기간을 멈추지 않는다. ▲ 법원에 실제로 심판청구서를 접수해야만 기간을 지킨 것으로 본다. 대법원도 제척기간은 법원에 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출소기간이라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 합의 협상이 길어질수록 남은 시간이 줄어드니, 초기에 법원 청구와 협의를 병행하는 편이 현명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사실혼 기간이 1~2년 정도로 짧아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나
기간 하한선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다만 기간이 짧으면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적거나 사실혼 자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은 함께 생활한 실체가 충분히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므로, 기간보다 실질적 부부생활의 증거가 더 결정적이다.
상대방이 사실혼 관계 자체를 부인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혼 관계 인정 여부부터 법원에서 다퉈야 한다. 공동 주소지 확인서, 결혼식 사진·청첩장, 가족·지인의 증언, 공동 명의 계좌나 카드 내역,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 등재 여부 등이 주요 증거가 된다. 입증 책임은 사실혼을 주장하는 쪽에 있으므로 증거 확보가 핵심이다. 휴대폰 문자·SNS 대화 내역도 유용하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함께 청구할 수 있나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법적 성격이 다른 별개의 청구다. 재산분할은 공동 재산의 청산이고,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다. 상대방의 일방적 파기나 귀책 사유가 있다면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함께 청구할 수 있다. 단 위자료는 파기 책임 없는 쪽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산분할과 다르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