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법원이 전두환 신군부에 내린 판결은 비상계엄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중요한 법리를 확립했다. 이 판례는 국헌문란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이용한 경우, 단순한 헌법상 권한 행사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로 판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의미 있는 법적 기준으로 작동한다.
1997년 대법원 판례의 핵심 판시사항
대법원 1997년 4월 17일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은 5·18 내란 사건과 관련해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가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내란죄 성립을 위한 폭동의 개념을 최광의로 해석했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은 일체의 유형력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즉, 직접적인 물리력 사용뿐만 아니라 심리적 위협과 강압도 폭동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는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위협적 효과가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해 그 목적 달성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 내용으로서 협박행위가 된다는 것이 판례의 핵심 논리다.
비상계엄이 폭동으로 인정되는 조건
대법원은 계엄 선포 자체가 범죄가 되는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다. 단순히 계엄을 선포했다고 해서 모두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국헌문란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엄의 위협적 효과를 이용했을 때 비로소 범죄가 성립한다.
국헌문란 목적 유무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주관적 의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황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1980년 5월 17일 당시 시행되던 계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비상계엄 전국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된다. 민간인인 국방부장관이 계엄사령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잃게 되고,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의 심의권마저 배제되면서 헌법기관들이 받는 강압 효과가 증대된다는 점을 5.18민주화운동 관련 판결문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 비상계엄 전국확대 그 자체가 국민에게 기본권 제약 위협을 줌
- 계엄사령관의 권한이 강화되고 민간 통제가 배제됨
-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강압 효과가 증대됨
- 이러한 효과가 국헌문란 목적 달성 수단으로 이용될 때 내란죄 성립
계엄 해제 시점과 내란죄 종료 시점
1997년 판례는 내란행위의 종료 시점에 대해서도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5·18 내란 과정으로서 비상계엄 전국확대는 일종의 협박행위로서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하므로, 그 비상계엄 자체가 해제되지 않는 한 전국계엄에서 지역계엄으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최초의 협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로 인한 폭동행위는 이를 해제할 때까지 간단없이 계속되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전후하여 해제 시까지 사이에 밀접하게 행해진 예비검속에서부터 정치활동 규제조치에 이르는 일련의 폭동행위들은 단일한 내란행위를 이룬다고 봤다.
결국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를 포함한 일련의 내란행위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1981년 1월 24일에 비로소 종료되었다고 판시했다. 이는 내란죄가 계속범의 성격을 갖는다는 법리적 해석을 보여준다.
국무회의 심의와 절차적 정당성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닌 행위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법부가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계엄 선포권이 무제한적인 권한이 아니라 헌법적 한계 내에서만 행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무회의 심의는 비상계엄 선포의 필수적 절차적 요건이다. 회의록 작성, 충분한 토론과 심의, 국무위원의 부서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계엄 선포 과정에서 이러한 요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 구분 | 필수 요건 | 하자 발생 시 효과 |
|---|---|---|
| 국무회의 심의 | 충분한 토론과 심의 시간 보장 | 절차적 정당성 결여 |
| 회의록 작성 | 의정관 참석 및 회의록 작성 | 심의 사실 입증 불가 |
| 국무위원 부서 | 관계 국무위원의 서명 | 헌법상 요건 미충족 |
| 반대 의견 수렴 | 국무위원들의 의견 진술 기회 부여 | 실질적 심의 부재 |
내란 가담자의 책임 범위
내란 가담자들이 하나의 내란을 구성하는 일련의 폭동행위 전부에 대해 모의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전체로서의 내란에 포함되는 개개 행위에 대해 부분적으로라도 그 모의에 참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기여했음이 인정되면, 일련의 폭동행위 전부에 대해 내란죄의 책임을 진다.
범죄는 ‘어느 행위로 인해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를 이용해서도 실행할 수 있다. 내란죄의 경우에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가 그러한 목적이 없는 자를 이용해 이를 실행할 수 있다는 법리가 확립됐다. 즉, 명령에 따라 행동한 하급자가 목적을 몰랐더라도, 상급자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내란행위자들에 의해 애초에 계획된 국헌문란 목적을 위해 행해진 일련의 폭동행위는 단일한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이른바 단순일죄로 본다. 여러 행위가 있더라도 하나의 내란죄로 처벌된다는 것이다.
▲ 군형법상 반란죄와 내란죄의 구별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나 승인 혹은 묵인 하에 내란행위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병력의 배치·이동은 군형법상의 반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반란죄는 군 지휘계통에서 군의 일부가 이탈해 지휘통수권에 반항하는 것을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비상계엄 선포는 언제 내란죄가 되는가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곧바로 내란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자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의 위협적 효과를 이용한 경우에 한해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를 판단할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법부에 없지만, 국헌문란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
1997년 판례가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확립한 선례로서 현재까지 유효하다. 법률이 개정되지 않은 이상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구체적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비상계엄의 전국확대가 국민의 기본권에 위협을 주고, 그것이 국헌문란 목적 달성 수단으로 이용되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계엄 해제 후에도 내란죄로 처벌될 수 있는가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해서 내란죄의 책임이 소멸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상계엄 전국확대로 인한 폭동행위는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간단없이 계속된 것으로 보며, 계엄 전국확대를 전후해 해제 시까지 행해진 일련의 행위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