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가장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부분이 바로 배상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피해자는 모든 손해를 배상받길 원하지만, 가해자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명확하다. 민법 제393조가 준용되는 불법행위 손해배상 판례에서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를 구분하는 기준, 그리고 실무에서 어떻게 손해액을 산정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기본 원칙
우리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것이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손해배상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민법 제763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제393조를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393조는 본래 채무불이행에 관한 규정이지만, 불법행위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제393조 제1항은 통상손해를,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특별손해)에 대해 예견가능성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 조항이 불법행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타당할까? 한국재산법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제393조를 불법행위에 준용할 때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손해배상 범위 제한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판례는 특별손해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통상손해만 배상하는 경향을 보인다.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구분
통상손해란 어떤 가해행위로부터 보통 발생한다고 여겨지는 손해를 말한다. 합리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예견 가능한 손해다. 가해자가 개인적으로 예견하지 못했더라도 배상책임을 인정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예견가능성을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손해는 특정한 사정 하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확대·추가 손해를 의미한다. 가해자에게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여기서 예견가능성의 대상은 발생한 손해 자체가 아니라 손해의 대략적 경위와 종류, 즉 ‘특별한 사정’이다.
실무에서 특별손해로 취급되는 경우를 보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또는 피해물건의 개별적 상황이 개입한 경우가 많다. 채무불이행 사안에서는 계약으로부터 직접 취득할 이익이 아니라 계약에서 파생되었으나 원고의 특유한 사정에 의해 취득 가능한 이익을 특별손해로 본다.
상당인과관계와 손해배상 범위
불법행위 손해배상 판례에서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상당인과관계다. 대법원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상당인과관계란 무엇인가? 조건관계만으로는 손해배상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행위가 없었더라면 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건관계를 넘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인과관계만 인정하는 것이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 판단 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 불법행위와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 손해의 성격
- 손해 발생 이후의 제반 정황
- 경험칙이나 사회관념
- 손해분담의 공평성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 방법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수를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가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법원은 어떻게 손해액을 산정할까?
대법원은 이런 경우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 내에서 수액을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표시광고법 제11조도 같은 취지로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로 손해가 발생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기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한다. 이행불능의 경우 이행불능이 있은 때, 이행지체의 경우 최고 후 상당기간 경과 시 또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한다.
| 손해 유형 | 산정 기준 | 입증 책임 |
|---|---|---|
| 통상손해 | 가해행위로부터 통상 발생하는 손해 | 피해자가 가해자의 예견가능성 입증 불필요 |
| 특별손해 |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 | 가해자의 예견가능성 입증 필요 |
| 일실이익 | 노동능력상실률 기준 산정 | 피해자가 입증 |
| 위자료 | 정신적 고통 및 무형손해 | 법원의 재량적 판단 |
과실상계와 손익상계의 적용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이나 이익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민법 제396조는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 법원이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불법행위에도 유추적용된다.
과실상계는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의 과실이 기여한 경우 이를 참작하여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감면하는 제도다.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상해가 확대된 경우 과실상계를 적용할 수 있다.
손익상계는 손해배상의 원인이 된 사고로 피해자가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을 손해액에서 공제하는 것이다. 다만 일실이익 손해를 노동능력상실률로 산정하는 경우, 피해자가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종전 직장에서 종전과 같은 수입을 얻고 있더라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사고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이익이 아니면 손해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건물 소유자가 무단점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 자신의 점유 부분에 대한 반환거부를 넘어 ▲ 조직적으로 건물 내 다른 공실을 추가로 점유·사용하거나 시설을 훼손·변경하는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권리자가 지출한 비용은 통상손해로 인정된다. 이는 단순한 점유 자체가 아니라 소유자의 사용·수익을 방해하는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불법행위 손해배상에서 특별손해가 인정되는 경우는?
특별손해는 가해자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인정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특별손해 인정에 매우 엄격하다. 실무상으로는 예견가능성을 직접 판단하기보다 경험칙이나 사회관념, 손해분담의 공평성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인정된 손해는 형식적으로는 특별손해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상손해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손해액 입증이 어려울 때 배상을 받을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수를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법리이며, 표시광고법 제11조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손해액 입증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
법인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
민법 제751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한다. 재산 이외의 손해는 정신상 고통만이 아니라 수량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나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도 포함한다. 대법원은 법인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한 자는 그 법인에게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다. 따라서 법인도 명예훼손이나 신용훼손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