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공제 범위 – 집주인이 뗄 수 있는 항목

2026-01-07

By: 임철한 기자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나고 집을 빼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보증금 공제 항목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는데, 과연 집주인이 합법적으로 뗄 수 있는 항목은 무엇이고 세입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정산 시 실무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공제 가능 범위와 대응 원칙을 정리해본다.

보증금 공제가 가능한 법적 근거

집주인이 보증금을 함부로 떼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법적으로도 공제가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원상회복 의무 위반과 연체 차임이다. 임대차계약서에는 대부분 “임차인은 계약 종료 시 원상회복 의무를 진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 원상회복 의무는 세입자가 고의나 과실로 훼손한 부분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생활로 인한 자연 마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벽지가 자연스럽게 누렇게 변한 것과 담배로 인해 심하게 그을린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법원도 이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또한 월세를 연체한 경우, 밀린 월세와 연체료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정당하다. 다만 연체료는 계약서에 명시된 범위 내에서만 청구 가능하며, 과도한 위약금은 효력이 없다.

실제로 공제되는 대표 항목들

보증금 정산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자주 공제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월세 연체분이다. 이는 가장 명확한 공제 사유로, 세입자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둘째, 관리비 미납분이다. 관리비는 월세와는 별개지만 연체 시 보증금에서 차감될 수 있다.

셋째, 수리비용이다.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파손은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짝에 구멍이 났거나, 싱크대 배수구를 고의로 막아 넘쳤다면 그 수리비는 정당한 공제 대상이다. 넷째, 분실된 열쇠나 도어락 비용이다. 입주 시 받은 열쇠를 분실했다면 교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항목은 실제 견적서나 영수증 같은 증빙이 있어야 한다. 집주인이 “대충 10만 원 정도 들었다”며 임의로 공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보증금 정산은 반드시 증빙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제할 수 없는 항목 – 자연 마모와 노후화

그렇다면 집주인이 떼면 안 되는 항목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자연 마모’는 세입자 책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벽지가 2년 살면서 자연스럽게 변색된 것, 마루가 조금 긁힌 것, 도배지 모서리가 살짝 들뜬 것은 모두 정상 범위다.

법원 판례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계약에 정해진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통상 마모는 원상회복 의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2~3년 살면서 생긴 일반적인 낡음은 세입자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설비 노후화로 인한 교체 비용도 세입자 부담이 아니다. 보일러가 10년 넘게 쓰다가 고장 났다면 이는 집주인의 유지보수 의무다. 형광등이나 수도꼭지 같은 소모품도 자연 고장이라면 집주인 부담이다.

    • 벽지·마루 자연 변색 및 경미한 마모
    • 설비 노후화로 인한 교체 비용
    • 소모품의 일반적인 고장
    • 전체 도배·장판 비용 중 일부만 해당되는 경우의 전액 청구

보증금 공제 시 증빙 의무와 분쟁 대응

집주인이 보증금을 공제하려면 반드시 증빙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수리 견적서, 영수증, 사진 자료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퇴거 전 사진과 동영상을 꼼꼼히 찍어두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입주 시 사진과 비교할 수 있도록 남겨두면 분쟁 시 강력한 증거가 된다.

만약 집주인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보증금을 떼려 한다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첫 단계다. “보증금 반환 청구 및 공제 내역 소명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공제 항목별 근거 자료를 요구하고 일정 기한 내 반환을 요구하면 된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집주인이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 소액사건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보증금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으로 간이하게 진행되며, 인지대도 저렴하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세입자가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면 집주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 정산표 작성과 계약서 조항 검토

보증금 정산을 원활하게 하려면 퇴거 전 집주인과 함께 ‘보증금 정산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정산표에는 공제 항목, 금액, 근거, 합의 여부를 명확히 기재한다. 양측이 서명하면 이후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아래는 보증금 정산표 예시다.

항목 공제 금액 근거 비고
월세 연체 (2개월) 1,000,000원 계약서 제5조 합의 완료
싱크대 배수구 파손 수리 150,000원 수리 영수증 첨부 합의 완료
벽지 전체 교체 청구 없음 자연 마모 인정 분쟁 소지 없음
관리비 미납분 80,000원 관리사무소 확인서 합의 완료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일부 계약서에는 “퇴거 시 도배·장판 비용은 무조건 임차인 부담”이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무효다. 자연 마모까지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조항은 약관법상 불공정 조항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계약서에 이런 조항이 있어도 실제 법적 효력은 없다고 보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보증금 공제 항목에 대한 증빙 없이 떼면 어떻게 하나

집주인이 영수증이나 견적서 없이 임의로 보증금을 공제했다면 내용증명으로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증빙 없는 공제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입주 시 사진을 안 찍어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입주 시 사진이 없더라도 퇴거 시 상태를 꼼꼼히 촬영해 두면 도움이 된다. 또한 동일 평형대 다른 집의 상태나, 건물 전체 노후도를 참고 자료로 제시할 수도 있다. 법원은 통상적인 사용 흔적과 고의 파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증거가 전혀 없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서에 원상회복 의무가 명시돼 있으면 모두 세입자 책임인가

아니다. 계약서에 원상회복 의무가 있어도, 그 범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훼손’에 한정된다. 자연 마모나 노후화는 원상회복 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서 문구만 보고 모든 수리비를 세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실제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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