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이 다른 부부가 이혼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두 가지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준거법), 그리고 어느 나라·어느 법원에 소장을 낼지(관할). 이 두 가지를 잘못 설정하면 소장이 각하되거나 판결 후에도 상대국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사태가 생긴다.
이혼에 어떤 나라 법이 적용될까 – 준거법 결정 구조
국제결혼 이혼에서 어느 나라 민법으로 이혼 요건과 절차를 판단할지를 ‘준거법’이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 가능한 국제사법 제66조는 이혼 준거법을 정하면서 제64조를 준용한다. 적용 순서는 아래와 같다.
- 1순위 – 부부의 동일 본국법 – 국적이 같은 경우 그 나라 법
- 2순위 – 부부의 동일 일상거소지법 – 같은 나라에서 실제 생활하는 경우
- 3순위 –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 – 체류 기간, 가족 생활, 근무지 등 종합 판단
단서 조항이 중요하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대한민국에 일상거소(habitual residence,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한국 국민이라면 위 순위와 무관하게 한국 민법이 자동 적용된다(국제사법 제66조 단서). 일상거소는 단순 주민등록이 아니라 실제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한다. 체류 기간, 체류 목적, 자녀 교육 여부, 근무지 등을 법원이 종합해 판단한다.
이 단서 규정 때문에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 사건 대부분은 한국 민법이 준거법이 된다. 이혼 사유는 민법 제840조 –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적 유기, 3년 이상 생사 불명, 기타 혼인 유지가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 – 에 따르게 된다.
한국 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는 조건 – 국제재판관할권
준거법(어느 나라 법)과 별개로, 한국 법원이 해당 이혼 사건을 심리할 권한이 있는지가 ‘국제재판관할권’이다. 준거법은 “어느 나라 법을 쓰느냐”, 관할권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하느냐”의 문제다. 두 개념을 혼동하면 소장이 각하된다.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은 원고나 피고가 한국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부부의 마지막 공동 주소지가 한국인 경우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외국인 배우자가 해외에 있더라도 한국인 배우자가 국내에 거주 중이라면 국내 법원에 소장을 낼 수 있다. 부부 모두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한국 법원의 관할권이 없다.
국내 어느 가정법원에 소장을 낼까 – 토지관할 기준
국제재판관할권이 확인됐다면 다음 문제는 한국 내 어느 가정법원이 사건을 담당할지다. 이를 ‘토지관할’이라 하며, 가사소송법 제22조가 아래 순서로 기준을 정한다.
| 순위 | 상황 | 관할 법원 |
|---|---|---|
| 1순위 | 부부 모두 같은 가정법원 관할 안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경우 | 공동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 |
| 2순위 | 마지막 공동 주소지 법원 관할 안에 한쪽이 현재 거주 중인 경우 | 마지막 공동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 |
| 3순위 | 위 두 경우 해당 없고 피고가 국내에 거주 중인 경우 | 피고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 |
| 4순위 | 피고가 외국에 있거나 주소 불명인 경우 | 원고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 |
서울 거주자는 서울가정법원이 담당하고, 그 외 지역은 수원, 인천, 대전, 광주, 부산 등 각 지역 가정법원이 관할한다. 외국인 배우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고 국내 주소가 없다면 원고인 한국인 배우자의 주소지 법원이 최종 관할지가 된다.
피고 송달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 외교부 경유 국제사법공조 송달 또는 ▲ 공시송달(법원 게시판·공보 게재로 송달을 갈음하는 제도) 방식을 활용한다. 공시송달로 진행되면 법원이 정해진 기간을 두고 기다려야 해 심리 기간이 수개월 이상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협의이혼과 재판이혼 – 국제이혼에서 달라지는 점
이혼 방식은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으로 나뉜다. 국내 이혼에서는 두 방식 모두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지만, 국제이혼에서는 상황에 따라 선택 폭이 좁아진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이혼 여부, 자녀 양육, 재산 분할 모든 사항에 합의한 뒤 가정법원에 함께 출석해 의사를 확인받는 방식이다.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있다면 진행 가능하지만, 해외에 거주 중이라면 직접 출석이 어려워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쪽 모두 해외에 있다면 재외공관(대한민국 대사관, 총영사관 등)에 협의이혼의사확인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다.
재판이혼은 한쪽이 이혼에 반대하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외국인 배우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 대부분 재판이혼으로 진행하게 된다. 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재판이혼은 조정을 먼저 거쳐야 하고, 조정에서 합의되면 그 자리에서 종결된다. 합의가 불성립하면 본안 심리로 넘어간다.
한국 이혼 판결, 외국에서도 효력이 있나
한국 가정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더라도 외국인 배우자의 본국에서 그 효력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각국은 자국 국제사법에 따라 외국 판결의 승인 여부를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상대국에서 한국 판결의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일반적으로 ▲ 판결 정본과 확정 증명서, ▲ 아포스티유(Apostille – 외국 공문서의 진위를 간소화된 절차로 인증하는 제도) 또는 영사 공증, ▲ 해당국 언어 번역본이 필요하다. 국가에 따라서는 현지 법원에 별도의 집행판결이나 승인 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 배우자는 판결 확정 후 1개월 이내에 가족관계등록부에 이혼신고를 해야 한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78조). 외국인 배우자 측 본국 처리는 당사자 또는 현지 법률 전문가가 별도로 진행해야 하며, 한국 법원이 이 부분까지 처리해 주지는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외국인 배우자가 이혼에 반대하고 본국으로 출국했을 때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나?
가능하다. 한국인 배우자가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다면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재판이혼 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피고가 해외에 있어 서류 송달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국제사법공조 송달 또는 공시송달 방식을 활용한다. 공시송달로 진행되면 절차가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초기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방향을 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부부 모두 한국 거주이지만 배우자가 외국 국적인 경우, 어느 나라 법으로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나?
국제사법 제66조 단서에 따라 한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일상거소를 두고 있으면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 국가 법은 준거법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협의이혼은 두 사람이 가정법원에 함께 출석해 의사확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재판이혼은 민법 제840조의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한다. 외국인 배우자의 신분 관련 서류(외국인등록증 또는 국내거소신고증)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이 내국인 이혼과 다르다.
이혼 후 외국인 배우자의 체류자격은 어떻게 되나?
결혼이민(F-6)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 배우자는 이혼이 확정되면 체류자격의 근거가 소멸된다. 다만 이혼의 귀책사유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거나,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국내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경제 기반을 갖춘 경우 등 법무부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체류자격을 변경해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이혼 진행과 동시에 가까운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체류 관련 상담을 미리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최신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