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불법행위로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어떤 경우에 배상이 인정되는지, 공무원 개인의 책임은 어떻게 되는지는 복잡한 문제다. 이 글에서는 국가배상법의 핵심 내용과 함께 실제 판례를 통해 배상받은 사례들을 살펴본다.
국가배상법의 기본 구조와 요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책임을 진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만이 아니라 지방공무원, 심지어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까지 포함한다.
국가배상이 인정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 중 발생한 행위여야 하고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며 ▲법령 위반이 존재해야 하고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 이 모든 요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배상법이 민법상 사용자책임과 달리 면책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법에서는 사용자가 피용자 선임감독에 무과실임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국가배상법에서는 그런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민의 권리구제를 더 쉽게 하려는 입법 취지로 볼 수 있다.
공무원의 과실 – 어디까지가 배상 대상일까
공무원의 과실이란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모든 과실이 다 같은 과실은 아니다. 국가배상법은 고의·중과실과 경과실을 구분하여 다르게 취급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은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국가가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대로 말하면 경과실의 경우에는 국가가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무원 개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개인적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본다. 경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 책임 주체 | 고의·중과실 | 경과실 |
|---|---|---|
| 국가·지방자치단체 | 배상책임 있음 | 배상책임 있음 |
| 공무원 개인 | 배상책임 있음 | 배상책임 없음 |
| 국가의 구상권 | 행사 가능 | 행사 불가 |
위법한 행정처분과 국가배상의 관계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취소되었다면 자동으로 국가배상이 인정되는 걸까? 답은 ‘아니다’이다. 어떤 행정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공무원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를 판단할 때는 침해행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 법령의 해석이 복잡 미묘하여 학설과 판례가 통일되지 않은 경우, 공무원이 신중을 기해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취하여 처리했다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위법하더라도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이는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실제 국가배상이 인정된 판례 사례
공무원의 구두 안내를 신뢰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는 어떨까? 실제 판례를 보면 단순히 공무원이 전화나 현장에서 구두로 답변한 내용만으로는 공적 견해표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시간적·공간적 한계로 정확한 법령 및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고, 구두 전달 특성상 착오나 오류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공무를 위탁받은 기관이 대집행을 실시하면서 경과실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는 어떨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법령에 의해 대집행권한을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하면서 경과실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판례가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 국가배상 사건도 주목할 만하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재심을 통해 국가배상이 인정된 사례들이 있다. 구 민주화보상법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제한한 것이 위헌으로 판단되면서, 과거 기각되었던 청구들이 재심에서 인용되었다.
-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취소되었더라도 자동으로 국가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으로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는지가 핵심이다
- 구두 안내만으로는 공적 견해표명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 위탁받은 공무 수행 중 과실도 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
- 위헌결정에 따른 재심으로 과거 기각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
경과실 공무원이 배상한 경우의 구상권
조금 특이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경과실로 불법행위를 한 공무원이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를 배상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공무원은 국가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대법원 판례는 이런 경우 공무원이 국가에 대해 구상권을 취득한다고 본다. 경과실이 있는 공무원이 법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부담하지 않음에도 배상했다면, 이는 채무자 아닌 사람이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해당한다. 피해자는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고, 그에 따라 피해자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여 국가는 자신의 출연 없이 채무를 면하게 된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손해를 직접 배상한 경과실이 있는 공무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내에서 공무원이 변제한 금액에 관하여 구상권을 취득한다. 이는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국가배상 청구는 어디에 어떻게 하나?
국가배상 청구는 먼저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배상신청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배상신청을 받은 기관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다.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와 함께 공무원 개인을 공동피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경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실무적으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공무원 개인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가배상과 행정소송은 어떻게 다른가?
행정소송은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절차다. 반면 국가배상소송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이다.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취소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국가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별도로 공무원의 과실과 손해 발생을 입증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행정소송과 국가배상소송을 함께 진행할 수도 있다.